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재판 중 제출은 정당행위일까: 대법원 2023도3673 판례

법정에서 다른 사람 개인정보 제출 시 법 위반일까?

법정에서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안에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것이 법 위반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상황에 놓입니다. 재판에서 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문서나 자료를 제출하다 보면, 그 안에는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들어가곤 합니다.

이 글은 대법원 2023도3673 판결(2025.7.18.)을 중심으로, 이런 상황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지 아니면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상세히 설며드립니다.

법원에 개인정보를 제출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닌 정당행위로 인정된 판례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 요약과 대법원 핵심 판단

한 아파트 동대표 회장은 입주민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입주자카드 정보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자료에는 세대주 이름, 생년월일, 가족 정보, 차량번호, 전화번호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입주민의 동의는 없었습니다.

1심과 2심은 모두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제3자 제공”으로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조항을 근거로, “재판상 필요한 주장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소송상 필요성과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은 앞으로 유사한 사건들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유무의 법적 쟁점 기준

이 사건의 중심은 다음 한 가지 질문으로 요약됩니다.

“재판 중 증거 제출을 위해 개인정보를 법원에 제출했다면, 그것이 위법인가 아니면 정당한 행위인가?”

여기서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의 ‘보호’ 가치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원칙 사이의 균형을 판단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단순히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이라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현실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 개인정보 제출의 목적과 필요성
  • 제출된 상대방이 공공기관인지 여부
  • 제출된 정보가 최소한의 범위인지 여부
  • 비실명화 조치(예: 주민번호 삭제)가 이루어졌는지
  • 다른 대체수단이 존재했는지

이러한 다층적 판단 기준은 앞으로 개인정보 관련 형사사건에서 정당행위 판단의 구체적 틀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핵심 용어

  • 사회상규: 사회적 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법문상 금지된 행위라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 제3자 제공: 개인정보를 원래 수집 목적과 달리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전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없습니다.
  • 비실명화 조치: 개인정보 중 일부를 삭제하거나 가려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조치입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삭제, 주소 일부 마스킹 등이 대표적입니다.
  • 정당행위 (형법 제20조): 법령에 근거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사회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대법원 2023도3673 판례 상세 내용

사건의 구체적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건의 발단: 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이 관리비 문제 등을 이유로 입주자대표회의 해산을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기존 대표회의의 직무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었습니다.
  • 피고인의 행위: 동대표 회장인 피고인은, 해산 동의 세대가 과반수에 미달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입주자카드 정보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삭제했지만,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 하급심 판단: 1심과 2심은 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제3자 제공 및 누설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소송상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제출한 개인정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다음 여섯 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법원이 직접 세대주 확인자료 제출을 요구했음
  •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삭제해 보호조치를 취했음
  • 입주자카드는 실거주 확인을 위한 소송상 필요한 자료였음
  • 다른 대체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음
  • 제출 상대방이 법원으로, 제3자 유출 위험이 낮음
  • 아파트 운영이라는 공익적 사안과 직접 관련된 행위였음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즉,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본 것입니다.

형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법리 해석

(1) 형법 제20조 – 정당행위

법 조항: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법적 판단: 이는 ‘형식적 위반’이라도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면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해석 및 적용: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입주자카드를 제출한 것은 법률상 의무에 따른 행위이자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정당행위라고 해석했습니다.

예시: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자체가 아니라, 그 제출의 목적·방법·필요성이 판단의 기준이 된 것입니다.

(2)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제18조 – 제3자 제공의 제한

법 조항: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와 제18조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반드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18조 제2항 제8호는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법적 판단: 대법원은 바로 이 조항과 형법 제20조를 함께 해석했습니다. 즉, 재판이라는 공적 절차 내에서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개인정보를 제출했다면 이는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행위이며,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것입니다.

해석 및 적용: 법률 해석의 초점은 ‘행위의 형식’이 아니라 ‘행위의 목적과 사회적 타당성’에 있습니다.

예시: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요청한 자료 제출은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지만, 사적인 기관에 임의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위법이 됩니다.

대법원 판례의 시사점

(1) 일반인에게 주는 의미

재판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제출할 때, 반드시 필요성과 최소한의 범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즉, 불필요한 정보가 포함되면 법 위반으로 볼 수 있지만, 재판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기업 및 기관 실무자에게

노무, 계약, 분쟁 등 내부소송 과정에서 자료를 제출할 때는 비실명화 조치정보 최소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법원·수사기관 등 공공기관 제출은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높지만, 언론이나 타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 됩니다.

(3) 법적 시사점

이 판례는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한 재판권의 균형점을 찾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법은 현실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면, 형법의 정당행위는 공익적 필요와 사회적 합리성을 보호합니다. 결국 두 법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작동합니다.

개인정보 제출과 정당행위 관련 FAQ

  • Q1. 재판 중이라면 개인정보를 아무 제한 없이 제출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소송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되며, 반드시 최소한의 정보만 제출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정보가 포함되면 여전히 위법이 됩니다.
  • Q2. 개인정보를 가렸다면 법 위반이 아닐까요?
    비실명화 조치는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면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데이터가 여전히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거나, 제출 목적이 불명확하면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Q3. 회사 내부 징계위원회나 민간단체 제출도 정당행위로 볼 수 있나요?
    대법원 판례의 기준은 공공기관(법원·수사기관 등)에 한정됩니다. 사적 기관에 제공한 경우에는 사회상규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23도3673 판례 결론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아니라, 법과 사회의 균형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즉, 대법원 2023도3673 판결재판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제출이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중요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핵심은 단순히 “제출했다”가 아니라, “필요 최소한의 정보만, 공익적 목적에 따라, 안전하게 제출했는가”입니다.

  • 법원 제출은 위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재판에 필요한 증거 제출이라면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최소한의 정보만 허용됩니다. 주민번호, 주소 등 민감한 정보는 반드시 가려야 합니다.
  • 형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조화가 핵심입니다. 법은 형식보다 목적과 필요성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이 중요합니다. 무조건적인 보호보다는, 정당한 절차 속에서의 합리적 판단이 법의 목적과 부합합니다.

결국 이 판례는 “모든 개인정보 제공이 위법은 아니다”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어떻게, 어떤 목적을 위해 제출했는가입니다.

앞으로 개인정보와 관련된 분쟁이나 소송 상황에서는 비실명화 조치, 목적의 명확성, 공공성 확보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법적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의사항

유사한 사건이라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출한 자료의 양이 과도하거나, 공적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이번 사건과 달리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원의 요구 없이 임의로 제출했다면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즉, 판단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