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주근로시간제 형태의 실제 적용과 분쟁
간주근로시간제는 운송, 택시, 영업직처럼 근로시간을 명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직종에서 자주 사용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일정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합의가 무효가 된다면, 근로시간 계산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22다291153 판결(선고 2025. 8. 14.)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판례입니다.
이번 판결 내용은 단순히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일 때 어떻게 처리되는가”에 그치지 않고, 격일제 근로자의 주휴수당 산정 기준, 성실수당 및 생산수당의 최저임금 포함 여부, 연장·야간근로 입증책임의 주체까지 토함되어 있습니다. 즉, 이 사건은 간주근로시간제 형태의 실질 운영 기준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건 개요: 택시기사의 간주근로시간 합의와 법적 논쟁
이 사건의 원고는 격일제(하루 근무, 하루 휴무) 형태로 근무하던 택시운전 근로자 였습니다. 피고는 A교통 합명회사로,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2009년 협약에서는 1일 12시간(기본 8시간 + 연장 4시간) 근로로 합의했고, 이후 2010년, 2015년, 2018년 협약에서는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4시간 → 3.5시간 → 2시간)했습니다.
하지만 이 단축은 사실상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조정으로 보아 무효가 되었고, 이에 근로자들은 “그렇다면 2009년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다시 유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대해 “무효가 되더라도 과거 합의가 부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이전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자동으로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핵심 쟁점: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무효라면 연장근로수당은?
이 사건의 핵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무효가 되면, 과거의 합의는 부활하는가?”
대법원은 명확히 “아니다”라고 결론냈습니다. 무효가 된 합의는 단지 효력을 잃는 것이지, 그 이전의 규정을 자동으로 되살리지 않습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안정성과 법적 확실성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즉, 이전의 합의를 다시 적용하려면 노사 간에 새로운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려면 근로자가 실제 연장근로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주장으로는 부족하며, 운행일지·GPS기록·근무지시서 등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간주근로시간제 형태의 구조와 의미
간주근로시간제 형태는 실제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에서 효율적인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택시기사나 출장 영업사원처럼 일정한 출퇴근 시간이 없는 경우, 노사 합의로 “하루 12시간 근무한 것으로 본다”는 방식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전제는 ‘합의의 존재’입니다. 합의가 삭제되거나 새 협약에서 간주근로 조항이 빠진다면, 더 이상 간주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즉, 간주근로시간제는 노사 간 명시적 합의 없이는 효력이 없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일방적 선언이나 내부지침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격일제 근로자의 유급주휴시간 산정 방식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55조(유급휴일 보장)의 해석을 통해 격일제 근무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인정했습니다.
법 조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법적 판단:
격일제라 하더라도,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즉,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형태라도 주휴수당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해석 및 적용:
다만, 주휴시간은 일률적으로 8시간으로 계산하지 않고,
1주 5일 근무 기준으로 환산해 계산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격일제
근무자가 5일 근무자보다 과도한 혜택을 받지 않게 됩니다.
예시:
월 13일 근무, 1일 8시간 기준이라면
1년(365일) 동안 총 근무일수는 약 156일(13일 × 12개월)이고,
1년 총 근로시간은 약 1,248시간(156일 × 8시간)이에요.
이를 1주 기준으로 환산하면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은 약 23.78시간(1,248 ÷ 52주)이며,
주휴시간은 4.75시간(23.78 ÷ 5)으로 계산됩니다.
성실수당·생산수당의 최저임금 포함 여부
법 조항:
최저임금법 제6조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적 판단:
성실수당, 생산수당처럼 출근일수나 근무일을 기준으로 정기 지급되는 임금은
‘포상적 수당’이 아니라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고정급으로 봐야
합니다.
해석 및 적용:
이러한 수당은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지급하는 보너스가 아니라, 정해진 근무일을
채웠을 때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 됩니다.
예시:
월 만근일이 13일이고 이를 모두 근무한 경우 성실수당Ⅰ 지급, 10일 근무 시
성실수당Ⅱ 및 생산수당을 지급했다면, 이는 정기적이고 고정적인 임금으로 평가되어
최저임금에 포함됩니다.
연장근로수당 청구의 증명책임
법 조항: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주장한 자가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적 판단: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무효가 되면, 근로자는 더 이상 ‘간주된 시간’을 근거로
수당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즉, 실제로 연장근로를 했다는 입증책임은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해석 및 적용:
근로자가 단순히 “야간까지 일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운행기록,
출퇴근기록, 동료진술, GPS 등 객관적 자료로 실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합니다.
예시:
택시운전자의 경우, 운행일지에 출근·퇴근 시각, 운행거리, 승객수 등을 기록해두면
추후 연장근로 입증에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적용된 주요 법령 심층 해석
- 근로기준법 제55조: 격일제도 포함, 단 주휴시간은 5일 기준으로 환산해야 함
- 근로기준법 제56조: 실제 연장근로 입증이 없으면 수당 청구 불가
- 최저임금법 제6조: 성실·생산수당은 포함 가능, 복리후생비는 제외
- 민사소송법 제288조: 연장근로수당은 근로자가 입증해야 함
간주근로시간 합의 판결이 기업과 근로자에게 주는 실제 영향
① 기업 입장에서
- 간주근로시간 합의는 새 협약마다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 합의가 누락되면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며, 이후 연장근로수당은 실근로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 회피 목적으로 보이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② 근로자 입장에서
- 간주근로시간제가 무효라면, 스스로 근무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 연장근로, 야간근로를 주장할 때는 객관적 자료(운행일지, CCTV, GPS 등)이 필수입니다.
- 성실수당이나 생산수당이 있다면, 최저임금 포함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③ 법적 시사점
- 간주근로시간제는 합의가 존재할 때만 유효합니다.
- 무효가 되어도 과거 합의는 자동 부활하지 않습니다.
- 법원은 형식보다 근로의 실질과 지급 이유를 중시합니다.
FAQ(간주근로시간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
Q1. 모든 업종이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업무에 한정됩니다. 예: 운전직, 외근직, 출장영업 등입니다. -
Q2. 새 협약이 무효가 되면 이전 협약이 다시 적용되나요?
자동으로 부활하지 않습니다. 이전 협약을 다시 적용하려면 노사 간 명시적 재합의가 필요합니다. -
Q3. 연장근로 입증은 어떤 자료가 도움이 되나요?
출퇴근기록, 운행일지, GPS기록, 배차표, 근무일지 등이 입증자료로 사용됩니다.
간주근로시간제 판례 핵심 및 결론
간주근로시간제 형태의 합의는 명시적 근거가 있을 때만 효력이 있습니다. 무효가 된 이후에는 실제 근로 입증이 수당 지급의 핵심 요건입니다.
- 간주근로시간제는 합의 없이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 연장근로 입증책임은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 정기적 수당(성실·생산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됩니다.
- 격일제 주휴수당은 5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 이번 판례는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 임금판단 기준을 명확히 세운 대표적 사례입니다.
주의사항
이 글은 실제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작성된 법률 해설입니다. 하지만 유사한 형태의 계약이라도 당시의 문서, 지시 체계, 근로 형태, 내부 규정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상황이라도 단정하지 말고, 전문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반드시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