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문제가 이혼사유가 되는 이유
배우자가 내 동의 없이 집이나 토지를 팔거나, 자녀에게 큰 재산을 넘긴다면 이혼이 가능할까요? 많은 부부가 “폭력이나 부정행위가 아니면 이혼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대법원 2025므10730 판결(2025.9.4. 선고)은 그런 통념을 깨뜨린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부부가 평생 함께 모은 재산을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장남에게 증여한 뒤, 아내가 이혼을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경제적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린 행위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사건 개요: 일방적 재산처분이 문제 된 이유
이 사건의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배우자가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했을 때, 그 행위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가?”
사건의 주인공 두 사람은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며 재산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부부가 함께 일궈온 농지와 주택을 아내의 동의 없이 장남에게 모두 증여했습니다. 총 18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과 보상금이 이전되었고, 아내는 생계 기반을 잃고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1심과 2심은 “재산이 남편 명의이므로 남편의 처분권이 있다”며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혼인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붕괴시킨 행위 자체가 혼인파탄의 중대한 사유라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핵심 쟁점: 경제적 신뢰의 붕괴도 이혼사유 가능한가?
이 판결의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신뢰가 깨졌을 때도, 법적으로 혼인 파탄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명확히 답했습니다. 혼인은 단순한 법적 결합이 아니라 감정적·경제적 공동체입니다. 즉, 배우자 간의 신뢰와 부양·협조 의무는 감정뿐 아니라 재산 형성과 유지에도 적용됩니다.
배우자가 협의 없이 공동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생존 기반과 신뢰를 붕괴시키는 혼인본질 파괴 행위로 판단됩니다.
상세 판결 내용: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린 일방적 처분의 법적 판단
남편은 부부 공동생활의 중심이던 주택이 공익사업 수용 대상이 되자 수용보상금 약 3억 원 전액을 장남에게 증여했습니다. 이후 농지 5필지(약 15억 원 상당)까지 추가로 이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편 명의로 남은 재산은 전체의 10~20%에 불과했습니다.
아내는 “평생 함께 일한 재산을 한순간에 잃었다”며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모든 재산은 내 명의이므로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혼인생활 중 부양·협조의무를 통해 형성된 재산은 경제적 공동체의 기반이다. 그 주요 부분을 상대 배우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여 공동체의 경제적 토대를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한 행위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법리 해석을 넘어, 혼인생활의 경제적 신뢰가 감정적 신뢰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명시적 선언입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 해석: 이혼사유 확장과 법적 적용
법 조항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법적 판단
이 조항은 구체적인 사유가 명시되지 않은 ‘포괄조항’입니다. 즉, 부정행위·폭력 등
전통적 이혼사유 외에도 혼인의 본질을 훼손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해석 및 적용
이번 판례에서 대법원은 “경제적 기반의 붕괴”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확장 해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감정이 식었다거나 다툼이 많다는 수준을 넘어,
한쪽 배우자가 상대방의 경제적 자립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예시
- 배우자가 가정의 유일한 주택을 팔아버리고 새 거주지를 마련하지 않은 경우
- 배우자가 공통으로 모은 예금 전액을 가족 일부에게 일방적으로 증여한 경우
이 조항에 의해 이혼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관련 법규 해석: 경제적 공동체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법 조항
민법 제827조(부부간의 가사대리권):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
법적 판단
이는 부부가 경제활동에 공동책임을 지며, 생활을 위한 행위에 상호 대리권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해석 및 적용
따라서 생활의 근간이 되는 재산을 한쪽이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일상의 가사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상호 대리권 남용에 해당합니다.
예시
배우자가 생활비 명목으로 소규모 지출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가정의 주택·농지와 같은 주요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상의 없이
불가능합니다.
법 조항
민법 제830조(특유재산과 귀속불명재산): “누구의 소유인지
명확하지 않은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법적 판단
이는 명의보다 형성 과정의 실질을 중시하는 규정입니다.
해석 및 적용
한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어도, 그 재산이 부부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법적으로 ‘공동재산’으로 간주됩니다.
예시
아내가 가사를 책임지고, 남편이 외부에서 소득을 올려 재산을 취득한 경우, 이는
부부의 공동 노력의 결실로 평가되어 공동재산으로 추정됩니다.
법 조항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법적 판단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기간 중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의 실질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해석 및 적용
즉, 명의나 수입원이 누구이냐보다 혼인기간 동안의 협력 정도가
핵심입니다.
예시
아내가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을 담당했다면, 이는 금전적
수입과 동일한 협력으로 평가되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판결의 의미: 실생활에서의 시사점
① 혼인의 경제적 신뢰는 법이 보호하는 가치
이번 판례는 폭력이나 외도 없이도,
경제적 신뢰 붕괴만으로 혼인 파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가정의 생존 기반이며,
그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감정적 배신과 동등한 법적 중대성을 가집니다.
② 실무 조언
- 재산처분 내역 확인이 필요합니다. 배우자가 공동재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등기부등본·보상금 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 경제적 협력의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자녀 양육 등은 모두 협력의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이혼청구 시 ‘경제적 신뢰 파괴’ 논리를 중심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단순히 재산 손실이 아니라 신뢰 관계의 붕괴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법적 시사점
- 혼인은 감정적 관계를 넘어 경제적 공동체로 본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 명의보다 실질적 협력의 기여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 향후 유사 사건에서 배우자 보호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FAQ(자주 묻는 질문)
Q1. 배우자가 내 동의 없이 집을 자녀에게 증여했습니다. 이혼할 수
있나요?
예. 해당 재산이 부부 공동재산이라면, 그 처분은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린 행위로
인정되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2. 재산 명의가 배우자 단독인데도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법은 명의보다 형성 과정의 실질을 중시하며, ‘누구에게 속한지
불명확한 재산은 공유로 추정’합니다.
Q3. 이혼 후 재산분할청구는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이혼 확정일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합니다.
결론: 이혼 소송 판례의 핵심 의미
- 이혼사유의 확장: 이번 판결은 감정적 배신뿐 아니라 경제적 신뢰 파괴도 이혼사유로 인정한 대표 사례입니다.
- 형식보다 실질: 재산 명의가 누구이든, 협력으로 형성된 이상 공동재산으로 판단합니다.
- 혼인의 경제적 본질 강화: 부부의 신뢰는 재산 형성과 유지에까지 확장되며, 이를 무너뜨린 행위는 법적으로 혼인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주의사항: 실제 이혼사건에서의 판결 차이점
이 판례는 기준을 제시하지만, 모든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재산 형성 경위, 기여 정도, 처분 목적, 생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같은 ‘증여’ 행위라도
- 배우자 동의 여부
- 생계 유지 가능성
- 재산 처분 경위
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전문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경제적 신뢰 붕괴와 재산권 침해가 얽힌 복합 이혼 사건은 전문 소송 변호사의 법리 구성 전략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