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중 임대차보증금 공제 어떻게 되나? 대법원 판례로 정리

회생절차 중 임대차보증금 공제, 왜 꼭 알아야 할까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이 기존의 계약관계입니다. 특히 임대차보증금 공제 문제는 기업(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재정난으로 인해 법원의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관리인이 건물 임대차계약을 중도 해지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인 B은행은 “계약에 위약벌 조항이 있으니, 보증금에서 벌금과 손해배상예정액을 빼겠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보증금 공제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공제 가능한 채권과 불가능한 채권’을 구분해야 하며, 이는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의 ‘상계금지 원칙’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025년 7월 18일 선고된 대법원 2022다311736 판결은 바로 이 쟁점을 명확히 한 판례입니다. 이 판례를 중심으로, 회생절차 중 어떤 항목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 가능한지를 구체적 사례와 법리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공제조항이 있어도 손해보전 목적이냐 제재금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임대차보증금 공제 판례 배경: 계약 해지 사례

A회사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보유 중인 건물을 B은행에 매도하고, 동일 건물을 다시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임대차보증금은 약 OO억 원으로 설정되었으며, 계약서에는 다음의 두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위약벌 조항: 계약이 조기 해지될 경우, 월 임대료 24개월분을 위약벌로 지급
  • 손해배상 예정액 조항: 24개월분 임대료 상당액 또는 그 중 일부를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정함

그러나 이후 A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관리인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에 B은행은 “계약 조항에 따라 위약벌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모두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회생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10%로 감액했고, 대법원은 나아가 “위약벌은 공제 불가”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 하나였습니다. “보증금에서 공제하려면, 공제 대상 채권이 임대차보증금과 견련성(직접적 관련성)이 있는가?”

회생절차에서 공제 가능한 항목과 불가능한 항목

대법원은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 손해배상 예정액: 공제 가능
  • 위약벌: 공제 불가능

그 이유는 각 조항의 법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약벌은 손해의 유무와 상관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금’입니다. 즉, 계약 위반 자체를 ‘벌’하는 성격으로, 실제 손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손해배상 예정액은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미리 정한 금액을 손해로 보상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는 계약 위반으로 인해 임대인에게 발생하는 실질적 재산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므로, 임대차보증금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받습니다.

따라서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손해배상 예정액은 공제 가능하지만, 위약벌은 공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입니다.

임대차보증금 공제의 법리와 적용 기준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핵심 법조문은 두 가지입니다.

(1) 민법 제105조 – 계약자유의 원칙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약정할 수 있다.”

즉, 임대인과 임차인은 공제약정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계약자유의 원칙’보다 채권자 평등의 원칙이 우선하게 됩니다.

(2)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 상계의 금지
“회생절차개시 후에는 회생채권자가 회생채권으로 상계하지 못한다.”

이 규정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특정 채권자가 임의로 상계를 행사하면, 다른 채권자들이 불리해지고 회생계획의 형평이 무너집니다. 따라서 회생절차에서는 모든 채권자가 공평하게 변제받을 수 있도록 상계 또는 공제가 제한됩니다.

그러나 이 제한은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금과 공제 대상 채권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 즉 견련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공제가 허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 임대차보증금과 손해배상 예정액은 견련성이 있어 공제 가능
  • 임대차보증금과 위약벌은 견련성이 없어 공제 불가능

견련성이란 무엇인가?

견련성이란 두 채권이 동일한 계약관계에서 발생해 상호 관련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과 임대인의 미납임대료나 손해배상채권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가 있으면, 공제를 허용하더라도 채권자 간 형평성을 해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약벌과 같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는 임대차계약의 본질적 의무와 관련이 없어 견련성이 부정됩니다. 따라서 회생절차에서는 위약벌 공제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약벌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구별 기준

위약벌과 손해배상 예정액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격과 적용 결과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회생절차에서는 이 구별이 매우 중요하며, 어떤 항목이 보증금에서 공제 가능한지 여부를 좌우합니다.

  • 성격: 위약벌은 제재벌, 즉 벌금적 성격으로서 계약 위반에 대한 처벌의 의미를 가집니다. 반면 손해배상 예정액은 손해보전적 성격으로, 실제 손해를 미리 보전하기 위한 약정입니다.
  • 법적 근거: 위약벌은 일반적인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 규정되며, 구체적인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손해배상 예정액은 민법 제398조를 근거로 하며, 법률상 명시된 제도입니다.
  • 공제 가능 여부: 회생절차 중 위약벌은 제재금 성격으로 공제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손해배상 예정액은 실제 손해와 관련된 보전 성격이므로 공제가 가능합니다.
  • 견련성 존재 여부: 위약벌은 임대차보증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견련성이 없습니다. 반면 손해배상 예정액은 임대차계약의 이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견련성이 인정됩니다.
  • 법원의 감액 가능성: 위약벌은 금액이 과도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 예정액은 과도할 경우 법원이 적절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위약벌은 제재금으로서 회생절차 중 공제가 불가능하며, 손해배상 예정액은 손해보전적 성격으로 공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두 용어가 함께 존재한다면, 실제 손해와 관련된 항목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공제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임대차보증금 공제 관련 법령

  •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도하면 법원이 적절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10%로 감액했습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쌍무계약의 선택): 관리인은 회생절차 중 이행되지 않은 쌍무계약(예: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상계의 금지): 회생절차 개시 후에는 회생채권자가 자기 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습니다. 단, 보증금과 관련된 채권처럼 직접적인 견련성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됩니다.

판례의 실무적 의미 – ‘계약의 자유’보다 ‘채권자 평등’

이 사건의 의미는 단순히 “공제 가능/불가능”을 나눈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음의 원칙을 명확히 했습니다.

“계약상 공제 조항이 존재하더라도, 회생절차에서 견련성이 없는 항목까지 공제할 수는 없다.”

이는 회생절차에서 채권자 간 공평성과 회생계획의 실효성을 지키기 위한 판단입니다. 따라서 회생기업의 자산을 임의로 차감하거나, 불균형한 공제를 통해 특정 채권자만 우대받는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회생절차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요 법률용어

  • 공제약정: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특정 금액을 차감할 수 있도록 정한 계약 조항입니다.
  • 견련성: 두 채권이 같은 계약관계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한 연관성입니다.
  • 위약벌: 손해와 관계없이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부과되는 금액입니다.
  • 손해배상 예정액: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미리 정해둔 금액을 손해로 보전하는 제도입니다.
  • 회생절차개시결정: 법원이 기업 회생을 위해 절차를 개시하는 결정으로, 이후 상계나 공제가 제한됩니다.

임대인·임차인이 알아야 할 공제 기준

임대인 입장: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계약에 ‘공제조항’이 있더라도 모든 항목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에 직접 연관된 손해배상 예정액만 공제가 가능하며, 제재 성격의 위약벌은 불가능합니다.

임차인(회생기업) 입장:
임대인이 위약벌을 근거로 보증금 공제를 주장할 경우, 견련성이 없음을 근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또한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도할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 청구가 가능합니다.

계약서 작성 시 주의점:
‘위약벌’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혼용하면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계약서 작성 시 두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목적과 공제 가능성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대차보증금 공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회생절차 중에는 모든 공제가 불가능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임대차계약과 관련된 손해배상 예정액, 미납 임대료 등은 공제 가능합니다. 다만 제재금 성격의 위약벌은 공제할 수 없습니다.

Q2. 손해배상 예정액은 언제 감액될 수 있나요?
예정액이 실제 손해에 비해 과도할 경우, 법원은 민법 제398조에 따라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례에서도 법원은 24개월분 중 10%만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Q3. 계약서에 공제조항이 있으면 무조건 효력이 있나요?
아닙니다. 공제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견련성이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효력을 잃습니다.

결론: 회생절차에서 계약 자유와 채권자 평등의 균형

이번 대법원 판결은 회생절차에서의 공제 한계를 명확히 한 중요한 기준입니다.

  • 손해배상 예정액: 회생절차 중에도 공제 가능
  • 위약벌: 견련성 부재로 공제 불가
  • 핵심 판단기준: 임대차보증금과의 직접적 관련성(견련성)

즉, 계약서에 공제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실제 손해보전을 위한 것인지, 단순한 제재금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앞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회생절차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이 기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회생절차는 단순히 ‘빚을 줄이는 절차’가 아니라, 법적 형평성과 계약의 실질적 공정성을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임대차보증금 공제의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기업과 임대인 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인 법적 안전장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