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승인 거부, 회사 방침일까? 형사처벌 대상일까?
직장에서 연차를 신청했지만 회사에서 승인해주지 않는 상황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때 근로자는 자연스레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정당한 연차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되는거 아닌가?”
단순한 인사팀의 지침일 수 있지만, 실제로 ‘연차 승인 거부’가 형사법 위반인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간 사건(2021도11886)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의 시기지정권’과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준점이 되었으며, 특히 사업 운영의 정시성과 대체 근로자 확보 가능성이 주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연차 승인 반려와 관련된 사건 개요
이 사건은 A사의 대표가, 소속 직원 B씨의 연차 신청을 반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B씨는 단체협약상 정해진 ‘3일 전 서면신청’ 기한을 넘긴 채 구두로 연차를 신청했습니다.
- A사 대표는 이를 이유로 연차를 승인하지 않았고, B씨는 해당 거부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검찰은 회사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기소했으며, 실제로 1심, 2심, 대법원까지 이어진 사건이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법적 기준과 분석을 제시하였습니다.
연차 승인 거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려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단,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이 조항의 해석에서 형사책임의 유무가 갈립니다.
- 기본적으로 연차는 근로자의 권리이므로, 근로자가 정한 날짜에 연차를 줘야 합니다.
- 하지만 예외적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여 날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쟁점은 “정당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했느냐”, 그리고 “막대한 지장”의 기준이 충족되었느냐입니다.
연차 승인 거부 판단 기준 관련 핵심 용어 해설
대법원 판례 분석: 시기변경권 행사와 적법성 인정
- 공익적 성격과 정시성이 중요한 업종(예: 시내버스)은 대체근로자 확보가 어려운 경우, 시기변경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단체협약에서 정한 신청 기한(3일 전 서면 신청)은 일방적 조항이 아니라, 노사 합의로 형성된 기준이므로 합리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 B씨의 신청은 규정을 위반하였고, 대체인력 확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연차 승인 제한은 형사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연차 승인 거부가 위법이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비교
연차 승인 거부가 형사책임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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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차 신청 기한을 지키고, 대체인력 확보가 가능한 경우 - 형사책임이 인정됩니다.
이 경우는 근로자가 정당한 시기지정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별다른 사정 없이 연차를 거부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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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차 신청 기한을 지키지 않았고, 대체인력 확보도 불가능한 경우 - 형사책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이 상황에서 정당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상황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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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협약이 없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연차를 거부한 경우 -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거부는 불법적 조치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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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상황(질병, 사고 등)으로 인해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 - 형사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한을 넘겼더라도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의 권리가 우선시됩니다. 이 경우 사용자의 연차 거부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위와 같이, 단순히 연차 신청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우에 사용자가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인력 확보 여부와 사업 운영의 정시성에 따라 책임 유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차 거부 분쟁: 사용자와 근로자가 유의할 점
-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연차 신청 시기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 정시성이 중요한 업종일수록, 대체근로자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문서화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연차 거부 사유가 ‘막대한 지장’에 해당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근로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 절차를 숙지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연차를 신청해야 합니다.
- 연차 거부가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노동청 진정 또는 형사 고소가 가능합니다.
연차 승인 거부 관련 자주 묻는 질문(FAQ)
Q1. 근로자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며 당일 연차를 신청한 경우에도 거부할 수
있나요?
A1. 이 경우는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되어야 하며, 정당한 시기변경권의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거부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Q2. 단체협약이 없으면 회사 내부 지침만으로 연차 승인 거부가
가능한가요?
A2. 단체협약이 없을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이 우선합니다. 별도 규정이 없다면, 단순
사내 지침으로 연차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Q3. 연차 사용을 회사가 매년 자동으로 지정해버리는 것도 가능한가요?
A3.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연차를 지정할 경우, 근로자의 시기지정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사전 협의 없는 일방 지정은 위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연차 승인 거부, 무조건 위법일까?
이번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의 연차 사용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닌, ‘사업 운영에 실질적 지장이 있을 경우’ 사용자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즉, 연차 승인 거부가 곧바로 형사처벌 사유가 되지는 않으며,
- 근로자가 정당한 절차를 지켰는지
- 사용자가 적법한 이유로 연차를 거부했는지
이 두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사용자는 단체협약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연차 정책을 정비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관련 규정을 잘 숙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차 승인 거부 문제는 단순히 연차를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노사 간 권리와 책임, 절차의 합리성까지 모두 아우르는 법적 판단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